OKIDOKI의 호주 이야기

Resilience

짧은 생각들2018. 11. 25. 14:39



혹시 Resilience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이렇다. 


the capacity to recover quickly from difficulties; toughness.


간단하게 직역하자면 급작스러운 변화라든지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 빠르게 극복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들은 올해 9학년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중3이다. 한창 질풍 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 말 한마디라든지, 행동 하나하나도 여간 날을 세우는게 아니다. 


아들 학교 수업중 하나가 ARC인데 그 중 R이 바로 Resilience이다.


"무슨 학교 과목이 이런게 다 있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이해는 되지 않았으니까. 이 과목은 그저 Pass or fail일 뿐이다. 성적도 따로 매기지 않는다. 


왜 학교에서는 Resilience를 가르치는 과목까지 있는 것일까? 


난 호주의 교육이 한국의 교육보다 좋은 점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 이것을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어느 순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을 수도 있으며,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호주는 워낙 고용환경이 유연한 곳이라 직장을 하루 아침에 잃는 것은 아주 흔하디 흔한 일이다. 두어달 전 내 동료도 시작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그만둬야 했다. Probation 기간이면 바로 자를 수 있으며 정규직이라도 얼마든지 회사 여건이나 성과 평가를 통해서 몇 주의 노티스만 주면 바로 자를 수 있다. 애초에 평생 직장이란건 호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호주 사람들을 보며 다른 점이라고 느낀 것이 바로 Resilience이다. 이는 아주 광범위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호주 공항에서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Security Breach가 발생하여 전체를 Evacuation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캔슬되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거의 화를 내거나 따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연착이 되어 기다릴 정도이면 의자나 바닥에서 시간을 보낸다. 캔슬이 되면 집에 돌아간다. 


여기엔 많은 Factor가 있다. 경험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자라면서 부모에게 배운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머리로 생각해서 빠르게 최선의 답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는 미디어에서 이제껏 보고 느낀 것들이 나도 모르게 내 행동에서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서 평점심을 유지하고 최선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게 바로 이런 교육의 힘이 아닐까 싶다. 


운전을 예로 들어보자. 물론 호주도 시드니나 멜번 같은 대도시는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브리즈번이나 시골에 가면 운전하기가 정말 편하다. 내가 사는 브리즈번도 일년에 크락션 소리를 많이 들어봐야 손에 꼽을 정도다. 양보도 물론 잘 해주며, 도로에서는 아직도 도와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호주도 나쁜 사람은 있고, 나쁜 사람은 정도 차이가 있으나 많이 나쁘다. 


사람들이 운전할 때 소리를 지르지 않고, 욕을 하지 않고, 크략션 울리지 않고 양보를 잘 하는 것도 이런 교육에서 나온다. 나한테 나쁜 일이 일어 나거나(누가 욕을 한다든지, 사고가 난다든지)해도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기 때문이다.


나나 가족이 호주에서 몇번 사고에 연관된 적이 있다.  


대개 사고가 나면 상대방 태도에 많이 놀란다. 물론 아주 고약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간단히 정보 교환하고 헤어진다. 어차피 거기서 교통을 막고 서 있고 소리를 지르고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학습한 결과다. 시시비비는 보험사가 가리고, 나야 수리만 받으면 된다. 물론 이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렌터카도 예약해야 하고 견적도 이곳 저곳 받아야 하고, 수리도 한국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래도 여기에 화를 내봐야 아무 것도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호주에서 몇 번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호주의 장례식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통곡하는 것은 이제껏 본적이 없다. 고인의 이력 소개를 하고 나서 대개 말을 건네거나 다과를 하면서 고인을 추억하는 것이 전부다. 


사실 보기엔 너무 정나미 없어 보인게 사실이다. 난 적어도 남겨진 사람들은 많이 슬퍼하고 그런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 자식의 사이가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과 한국식의 정이라는 것을 고려하고서도 나 같은 한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저 사람이 과연 부모의 또는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또한 Resilience라고 생각한다. 


수학 영어 하나 잘하는 것보다도 사실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처세술이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이가 들며 점점 깨닫게 된다. 




오래 전 페이스북을 개설한 이후 두어번 계정을 닫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보가 불필요해서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위 말하는 SNS 피로도 때문이었다. 


그 시도는 사실 며칠 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못해 어떤 사이트들은 페이스북 로그인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생각이 났고, 페북 장터가 가끔 유용하기도 했고, 제법 생활에 도움이 되는 쏠쏠한 정보가 많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며칠 전 재도전을 하기로 했다. 12일 내로 계정이 완전히 삭제된다고 하니 벌써 일주일이 넘었으므로 이미 삭제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도전을 한 후에도 사실 좀 걱정이 들긴했다. 또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번엔 금단 현상없이 꽤 잘 적응을 하는 중이다.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다가도 없으면 다시 적응을 하는가보다. 부수적으로 늘어난 내 아이폰 5S 배터리 타임은 보너스다.


페북을 시작하고 나서 요 근래 특히 피곤하거나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 자신이 사실 관계 맺기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남한테 대놓고 자랑을 할 만큼 잘낫거나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페북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더 안 좋은 것은 외국에 살다보니 가끔 한국어로 올리면 엉뚱한 번역으로 오해가 생기기 일쑤다. 


동료 친구가 몇명인지, 왜 이 동료는 나한테 친구신청을 먼저 안하는지, 나한테 몇명이나 생일 축하를 하고 좋아요를 눌렀는지 사소한 것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내가 불행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나는 불행하지 않는데.


그래서 페북을 닫기로 마음 먹었다.



며칠 전은 아이들 학교 스포츠카니발 데이였다. 눈부신 하늘, 구름 한점없이 아름다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문득 나는 무척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 별겨인가. 아름다운 나라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아이들이 아름답게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행복이 아닐까. 좋아요 몇개에 신경쓰고 누가 벤츠를 몰고 다니는지 신경을 쓰는 순간 불행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다.






   호주에 사시는 학부모들 중 홀수 학년에 해당하는 자녀를 두신 분들은 어제 나플란 테스트 결과를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아들과 딸도 5학년과 3학년에 재학중인 관계로 아들은 두번째, 딸은 첫번째 성적표를 받아왔습니다.


   나플란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 것은 오래된 뉴스입니다. 그 중 단연 최고는 아마도 찬반 논란일 것입니다. 호주의 무수한 미디어와 온라인에서 지금도 가열찬 논쟁을 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호주의 교육열은 한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이것도 지역에 따라, 부모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또 이민자의 백그라운드에 따라 너무나 다르므로 딱 한마디로 이렇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교육열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보다 많이 쳐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OECD국가의 학업 성취도를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이미 많이 증명된 사항입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학업 만족도는 또 다른 주제이니 이는 지금은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본문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성장 배경과 직업간 임금 격차가 한국처럼 많이 벌어지지 않으므로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또한, 성인이 되면 바로 독립하는 문화 탓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론을 얻어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이 론도 무척 금액이 클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큰 폭으로 인상될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한국처럼 반드시 진학해야 하는 명분이 많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호주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스트레스를 주는 나플란에 대해 끊임없이 폐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두 번째 올해 나플란과 관련된 논쟁은 나플란의 4개 영역 중 하나인 Persuasive Writing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Which law or rule would you make better in your view?


  신문에 게재된 정확한 문구는 위와 같습니다만, 제 아이들이 말한 내용은 위와는 조금 다른 내용입니다. 어쨌든 논점은 위 질문이 특히 3학년 아이에게는 지나치게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는 것이 핵심 요지입니다. 그래서 올해 Persuasive Writing 영역에서 0점을 기록하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사도 있습니다.  기사 본문 


   마지막으로, 나플란 스코어는 부모의 경제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글 제일 상단에 있는 신문기사는 8월 21일자 The Australian지에 실린 칼럼입니다. 오늘 동료와 우연히 나플란 얘기를 나누다가 건네 받은 신문에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칼럼에 바로 위에 소개한 Writing performance에 관련된 내용도 있지만 주요한 내용은 바로 부모의 SES(Socio-economic Status)와의 상관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칼럼 대부분의 결론이 그러하지만 이 칼럼 역시 모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저렇다, 하지만 이 역시 이렇게 하면 저렇게 바뀔 수 있다.' 뭐 결론은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좋은 내용이 많아 간략히 소개해 드립니다.


올해 주요 내용은 라이팅 퍼포먼스의 저하이다 하지만 오래된 논쟁 중 하나는 부모의 SES와 학업 능력과의 상관관계이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나플란 성적과 부모의 SES는 약한 상관 관계를 가진다. 5학년과 7학년 성적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지표는 3학년 성적이며, 상대적으로 부모의 SES와 학교는 약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IQ는 단일 요인으론 학업 능력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이 말이 곧 부모의 사회경제력이 연관성이 낮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언제부터 이러한 영향이 시작되느냐는 것인데 아마도 훨씬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음식, 환경적인 영향, 조기 출산 또는 체중 미달부터 시작해서 각종 육아 교재 부족 등에 영향을 받게 되고, 그만큼 좋은 프리스쿨에 갈 확율도 낮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적층적(Cumulative)이고 향후 언어 인지 능력에 더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이러한 차이는 학창 시절 내내 지속된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좋은 수학 방법이나 질 높은 교육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칼럼의 특징이 그렇지만 결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셈입니다. 그치만 중요한 점은 분명히 아이들의 학업 능력은 부모의 사회경제력과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고, 부모와 학교가 관심을 기울이는만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우리집의 1호 호주시민은 막내다. 막내는 호주의 출생증명서도 있고 호주 여권도 있다. 호주는 1986년 이전엔 지금의 미국과 같이 속지주의를 택했던 탓에 호주땅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태어난 호주인들은 부모의 국적 또는 비자 상태에 따라 호주 시민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비자 상태에 따라서는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국적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한국과 같이 속지 주의와 속인 주의를 적절히 혼합한 형태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호주 시민임을 증명할 경우 (여권 신청 또는 학교 진학) 1) 호주 여권, 또는 2) 호주 출생증명서 + 부모 중 한명의 비자 또는 시민권 증서 또는 여권을 요구한다.


** 아래는 일반적인 이민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British Subject나 Former Australian Citizen, 외교관의 자녀, 또는 무국적자인 부모에서 태어난 경우 등 예외가 많이 존재한다.


출생에 따른 국적 유무


1.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호주인인 경우

    - 아이는 태어난 장소에 상관없이 호주 국적을 부여받는다. 해외에서 태어난 경우는 해외 주재 호주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하고 여권을 발급 받으면 된다.


2.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영주 비자를 가진 경우

    - 호주 밖에서 태어나면 부모의 국적을 물려 받는다. 물론 향후 Child Visa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 호주 안에서 태어나면 호주 국적을 받는다.


3. 영주 비자외의 비자 소지자

이 두 가지 이외에는 부모의 비자를 따라가며 부모의 국적을 물려 받는다. (물론 속지주의를 택한 나라에서 태어나면 그 나라 국적도 받는다.)


4. 예외 조항

호주는 부모의 비자에 상관없이 호주에서 태어나고 10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호주에서 보냈으면 10번째 생일이 도래할 때 호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한번도 호주를 떠난 적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7번째 생일이 도래한 후 시민권을 주고 있다. 이는 7년이 10년의 '대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호주 커뮤니티에 제일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영주 비자를 가진 부모가 호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은지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은지"이다. 호주의 의료체계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트로 다루는 것이 좋겠지만 호주에서 아이를 낳아 본 우리의 경험을 빌자면 한국에서 두 아이를 낳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보살핌과 극진한 서비스, 그리고 감동을 받았다고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물론 일상생활 예를 들면, 피부 질환이나 감기 등에서의 의료 서비스는 한국 대비 많이 불편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의료 체계에 대한 호불호와 출산 비용(영주 비자 소지자의 경우 공립과 사립 병원이 다르므로), 출산 장려금(Baby Bonus)을 제외하고 순수히 국적 문제로만 본다면 호주에서 출산하면 바로 시민 자격을 부여받으나 한국에서 출산하면 별도의 Child Visa를 신청하여 영주권을 취득하여야 한다. (비용은 대략 300만원 정도 소요)


    참고로 $5,500이던 출산 장려금의 경우 계속해서 줄어들어, 2014년 3월 이후 출생한 경우부터는 기존 Family Tax Benefit에 추가하여 첫째의 경우 $2,000, 둘째부터는 $1,000을 받게 된다. 



호주 시민권 지원 자격


호주 시민권은 호주 영주 비자를 소지한 자가 

1. 적법하게 4년을 거주했으며,

2. 마지막 12개월은 영주 비자를 소지했으며,

3. 직전 4년 동안 총 12개월, 직전 12개월 동안 3개월 이상의 호주 밖에 있지 아니하였을 것


    즉, 학생 비자든, 취업 비자든 상관없이 적법하게 호주에서 4년 이상을 거주하였으며, 호주 영주비자를 취득한지 1년 이상 경과하였고 3번에 언급된 거주 제한 요건을 지켰을 경우 4년이 되는 날에 신청할 수 있다. 3번에 언급된 공백 기간은 단지 요건만을 따질 뿐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날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지난 4년간 3개월을 호주 밖에서 살았어도 4년이 되는 날에 바로 신청할 수 있으며, 4년 3개월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복수 국적 허용


    한국과의 이중 국적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호주는 복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한국은 복수 국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호주 국적을 취득한 순간 한국 국적은 없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그 예외 중 하나가 바로 선천적 복수국적자나 미성년자이다. 해외에서 태어나 속지 주의나 부모의 국적 또는 영주 비자에 의해 선천적으로 복수 국적을 가지게 되었거나, 해외 이주를 한 부모를 따라 해외 국적을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미성년의 경우 만 22세까지 복수 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병역 때문에 남자의 경우는 만 18세)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첨언하자면, 한국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복수 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호주 시민권을 취득하는 순간 법적으로 한국 국적은 상실된 것으로 본다. 이는 국적상실신고를 하든 안 하든 상관이 없다. 따라서 국적 취득 이후부터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것은 여권법 위반이며 발각 시 불법체류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두 번째는 복수 국적 아이의 한국 국적이다. 이 역시,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한국 국적을 가진 경우 아이는 한국에서의 출생 신고와는 상관없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자신이 한국 국적을 가진 줄 모르고 한국 대학에 교류 비자를 신청할 때 거절되거나 한국에 입국했다가 병역 의무와 관련해 난처한 경우에 빠질 수 있다.





    백만년에 한번씩 업데이트되는 블로그가 보기 안쓰러워 몇자 끄적이고자 합니다.


    우리집엔 소소하지만 끊임없이 시끌법적한 일상이 지나갑니다. 우리 가족이 호주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가니 제법 연륜이 쌓여간다고 할까요. 그 사년 동안 우리 가족은 방학을 가만히 보낸 적은 별로 없습니다. 호주 국내나 가까운 해외를 여행한다든지, 대개의 경우는 한국을 다녀오곤 했으니까요.


   


    그런 셈치고 지난 연말의 긴긴 방학은 더욱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주말마다 이리저리 쏘다니기는 했지만 가까운 비치나 산을 제외하고는 딱히 기억나는 곳은 없습니다. 대신 이제 5학년에 접어든 아들과 (가끔은 딸내미도) 4주 정도 인근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아이들과 물론 많은 책을 읽긴 했지만 사실 주 목적은 공부였습니다. 하이스쿨이 얼마 남지 않은 큰 녀석을 위해 같이 공부를 하기로 한거죠.


    다행인지는 몰라도 대학생 때 과외와 수학강사를 몇 년 한 탓인지 7학년 수준의 문제까지 공부하는 다원이에게 문제를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돈도 아끼구요.)


    사실 아들에게 공부를 시키면서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작게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이 나도 힘들었고, '크게는' 내가 꼭 이래야 하나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 개인의 만족을 위해 호주를 택한 것도 있지만 보다 크게는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이민을 결심했는데 공부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둘을 모두 해피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을 무척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물론 이 사교육은 공부에 한정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바이올린, 프렌치혼, 수영, 축구, 테니스, 발레를 하고 있으니 제법 많은 부분을 교육에 지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철칙은 싫은 건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것들도 아이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아들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공부를 시킬지, 이 공부가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이었는지, 또 이것이 아들의 삶에 꼭 필요한건지 등등. 그래도 그만둘 순 없었습니다. 더 좋은(또는 비싼) 학교에 보내고 싶고 좋은 환경에서 하이스쿨을 보내게 하고 싶고, 더 나아가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게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겠지요. 꼭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인생이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이 있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이가 서서히 틀어지는 아들과 나를 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갈등이 생깁니다. 머리가 커지는 아들과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공부 때문에 생기는 갈등인지 사실 잘 확신이 서지 않지만 요즘 고민이 깊어집니다.


    나보다 훨씬 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나보다 더 많은 배경 지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세련된 에티켓을 가지고 살 우리 아이들도, 커 가면서 막상 나보다 더 많은 고민을 안고 살지 모릅니다. 그게 이민자로 살아가는 약간의 불편함이겠지요. 그래서 더 부모로서 욕심이 클지도 모르구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En   딸 키우는 재미가 좋다고들 말한다. 위 사진은 몇 달 전 딸내미가 뚝딱뚝딱 만들어준 카드다. 열심히 잔디 깎고 나무 가지 치고 집 정리한 다음 시원한 맥주 한잔 먹으라고 준 카드였다.
이것 말고도 집에 얼마나 많은 카드가 있는지 모른다. 뭔가 생각 날 때마다 이것저것 만들어내곤 한다. 손이 제법 야무진 셈이다. 얼마 전엔 본인이 닭띠라고 알려줬더니 닭 모양으로 허리띠를 만들어 웃음을 주곤 했다.

 

   우리 가족은 이번 달에 피지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 저것 예산을 잡느라 며칠째 머리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 가족 여행 편히 갈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이번달에 사라지는 항공권이 너무 아까워 살짝 억지를 부리고 있다. 더군다나 불과 두어달 전에 한국을 다녀오고, 이번 달엔 막내 돌잔치에 학비 납부도 돌아오는 달이라 이래저래 무리를 좀 해서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허니문으로 갔던 피지를 10년 만에 꼭 다시 방문해 보고 싶어 무리를 하는 것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우리 부부의 외모 뿐 아니라 혹이 세 개 불어났다는 점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직장이 항공사인 덕에 그나마 남들보다 한국, 호주 국내 또는 해외 여행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그리고 종종 만나는) 한 블로거의 글에서 호주의 차일드케어 비용에 대해서 언급을 한 글을 보았다. 정부의 보조가 있지만서도 아이를 맡기고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한다면 사실 양쪽 모두가 어느 정도 소득이 높지 못하면 집에서 전업 주부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게 더 나을 정도다. 이 모든 것이 양육 수당과 차일드케어 보조비, 그리고 부부 중 저소득자의 소득액, 마지막으로 부부의 합산 소득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그렇다. 물론 하루에 보통 10만원 정도의 차일드케어 비용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한쪽의 Salary가 엄청 높아서 소득이 양육수당이나 차일드케어 보조비를 한푼도 받을 수 없는 수준(아이수에 따라 다르지만 15만불 이상)을 훨씬 상회한다면 이것만큼 해피한 케이스도 없다. 아이를 차일드케어에 맞기고 전업주부를 해도 부족함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호주는 직업 차별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수입 차이도 많지 않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카펜터나 플러머, 일용직 근로자들이 7-8만불 벌고, 동네 의사가 15-20만불 정도를 번다니 한국처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그리고 여기에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주는 각종 복지 보조금, 연금 등을 고려하면 직종간 소득간 격차는 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실 예로 4-5만불 버는 가정은 아마도 세금 제하면 차라리 실업수당과 자녀 양육수당 받는 실업자 가족보다도 수입이 적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생활 수준은 어떨까. 생활 수준을 보려면 생활비를 대충 알아야 한다.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역시 렌트비 또는 모기지다. 호주 대도시의 렌트비는 대략 한달에 1500-2500불 수준이다. 모기지도 물론 얼마나 상환했는지, 얼마나 대출을 받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렌트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밀도가 매우 낮고 나라가 큰 탓에 대중교통이 매우 취약하고 비싼 특성을 감안하면, 차량은 보통 한대로는 생활이 힘들다. 그러므로 대개 두 대를 끌어야 하는데 혀를 내두르는 높은 차값은 둘째치고, 기름값과 등록비 및 보험료, 정비비는 정말 허탈할 정도로 비싸다. 기름값을 제외하더라도 한대를 집에 세워 두기만 해도 등록비 약 1000불, 정기점검(주로 엔진오일 교환) 2회 500불, 종합보험 500-1000불 정도가 든다. 차가 두 대면 당연히 두 배. 전기, 수도, 부동산 세금 등 각종 고정비용도 무척 높다.

   우리 가족은 대략 한달에 한화로 700만원에서 80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면 조금 럭셔리한 생활을 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천만에다. 우리 부부는 사치품하고는 거리가 멀다. 나는 가끔 아이패드 같은 수준의 가전 제품을 사긴 하지만 와이프는 흔한 장신구 하나 사지 않는다. 내 노트북은 산지 5년도 넘은 제품이다. 그냥 아이들 운동화 사고, 동네 쇼핑몰에서 가끔 옷 사고 외식은 피자나 브런치를 한달에 한 두번 즐기는 정도다. 어쩔 수 없어 차를 두 대 굴리는 것 외엔 숨만 쉬고 사는 셈이다. 영화를 언제 봤는지, 연극을 언제 봤는지는 기억조차 할 수 없다. 아마도 항공사 혜택이 없었다면 한국 한번 다녀오는 것도 몇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근래에 경험한 호주 물가의 아주 간단한 예가 하나 있다. 며칠 전 안경알을 하나 넣었는데(프레임은 기존 것) 250불이 들었다. 수입 고가 렌즈도 아니요, 고압축 렌즈도 아니요, 그냥 그저 그런 렌즈였다. 렌즈 얘기를 꺼내니 또 생각이 난다. 작년에 우리 가족 네명이서 스케일링하고 난 충치 하나 떼웠고 와이프는 마취 주사에 충치 하나를 떼웠는데 가족 모두 1500불이 넘었다. 물론 보험처리해서 얼마 안 내긴 했지만 비용이 이 정도 수준이다.

 

   사정이 이쯤되면 제아무리 수입이 높은 나라라고 해도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하고 나면 사실 남는 돈이 없다. 정부가 주는 보조금 때문이라도 아무리 최저 임금을 받는다고 해도 딱 입에 풀칠하고 거리로 나앉지 않을 정도로 살 수 있는 셈이다. 간단히 말해 빚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여기에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 들, 예를 들면, 차를 새로 사거나, 병원에 목돈이 들어가거나, 컴퓨터를 구입하거나, 집 수리를 미룰 수가 없거나 하게 되면 그나마 수중의 푼돈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대다수 호주인들에게 맞벌이는 필수요, 저축을 할 수 없는 이유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어느 집이나 거의 비슷하게 들어가는 생활비를 기준, 근처로 버는 가정과 그 이상을 버는 가정의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좋은 직장에 맞벌이 하여 합산 소득이 15만불 이상되는 가정이나 고소득 직업에 종사한다면 아이를 2만불짜리 사립에 보내고 해외 여행을 다녀도 돈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호주에도 싸고 비싼 물건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동네마다 있는 대형 체인수퍼를 가지 않고 싼 물건 찾아 다니기도 쉽지 않고 기름값이 더 나갈지도 모른다. 또한 대도시에 1500불 이하 렌트는 구경하기도 어렵다. 먹고 사는 것에 너무나 많은 돈을 쓰다보니 많은 가정은 생활비를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게 되는 이유이다. 이 지점부터 생활 수준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보면 되는데, 외벌이나 낮은 소득의 맞벌이는 이 지점을 넘기가 참 어렵다. 특히나 이민 1세대라면 영주권을 얻기 전 비자 상태로 터무니 없는 대우를 받거나 영주권을 받은 이후에도 영어 장벽 때문에 더더욱 삶을 어렵게 한다. 어쩔 수 없이 생활비 부담을 위해 남과 더부살이를 해야 하고 투잡을 뛰어야 한다. 이게 호주의 현실인 셈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민자들이 자녀 교육에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이민병에 빠져들어 패기만을 믿고 호주를 오면 눈물 쏙 빠질 정도의 고된 삶과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가 없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UP

아이들이 보는 것을 무심히 옆에서 지켜보다 어느새 영화에 빠져들었던 나를 기억한다. 전개 부분에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이지만,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그 장면이 좀체로 잊혀지지가 않는다.


요즘은 30년 후 나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하는 상상을 자주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속을 스치는 것이 바로 그 애니메이션의 장면이다. 누구나 굴곡진 기나긴 터널을 지나 인생의 종착역을 맞이하겠지만 가보지 않은 길인 이상 나 자신의 종착역이 무척 궁금한건 어쩔 수 없다. 


기나긴 타향살이를 잘 견디고 우리 부부가 은퇴했을 무렵 우리는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까, 과연 그때 이곳에서 살고 있을까조차 궁금하다.




호주는 참으로 축복받은 땅임에는 틀림없다. 이 광할한 영토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보노라면 세상에서 최고는 아닐지라도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호주는 이방인인 우리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는 아니다.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 조차도 많은 노력과 돈을 필요로 한다. 영주권에 관한 사연이라면 책을 쓰고도 남을 만큼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발에 채일만큼 많을 것이다. 어렵게 영주권을 손에 넣었더라도 사회에서  또 다른 생존의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 그것도 언어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도구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마치 손을 묶인 채 상대방과 권투를 해야 하는 셈이다.


호주는 참으로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이긴 하다. 특히 초기 정착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호주에서 살아 남으려면 집을 살 돈 정도의 큰 돈을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어마어마한 생활비를 지출해야 하므로 복지 혜택만으로 살아 남을 수는 없다. 살아 남는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난관이 남아 있다. 바로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은퇴 후의 삶이다.


그나마 한국에 비해 호주에서의 삶이 가지는 장점이라면, 아이들 교육비나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낮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고 여기 사는 한국인이라도 아무래도 한국적인 사고 방식에 크게 얽매일 수 밖에 없긴 하지만 호주의 평균적인 모습으로 보자면, 대체로 사교육이 거의 없고 학자금을 국가에서 론을 해주며,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살고, 결혼이나 집 장만도 본인이 책임을 지므로 이에 대한 부모의 부담은 상당히 낮긴 하다. 여기에 지출되는 비용을 은퇴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평균적인 호주를 말한 것 뿐이다. 여기서도 여유있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좋은 하이스쿨 보내고, 대학교 등록금 대 주고, 결혼할 때 기프트로 재산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평균적인 삶을 보자면 아이들을 하이스쿨까지 키워주면 더 이상 부모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어진다. 


얼마전 출퇴근길 라디오에서 듣다보니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호주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조기 은퇴라고 한다. 불과 한 두 세기 이전에는 큰 땅과 주택이었다고 한다. (보통 에이커리지라고 많이 부른다.) 호주가 세계에서 가장 큰 주택 사이즈(대지 포함)를 가진 나라라고 하니 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호주인들의 관심사도 조기 은퇴로 옮겨가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은퇴를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 여기에는 주택에 묶여 있는 돈, 현금, 수퍼연금 그리고 노령층에 나라에서 제공하는 은퇴연금이 포함될 것이다. 이 금액으로 자기 삶을 죽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으면 은퇴를 하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호주인들이 모기지로 25-30년 정도를 갚고 있으니 은퇴 시기가 되면 온전한 집이 남아 있을 것이고, 30년 정도 부어온 연금이 10-30만불 정도 될 것이다. 여기에 격주로 들어오는 노령 연금을 더해서 개인이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사륜구동에 캐러밴을 붙여 3개월이고 반년이고 멋지게 여행을 하는 노년을 꿈꾸지만 현실은 누구나 그런 노년을 맞을 수는 없다. 고민은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거지가 없는 호주이긴 하지만 캐러밴 파크나 정부 주택에서 노년을 맞고 싶지는 않다.


내가 시드니에 살 때 바로 길 건너편 앞 집에 한국인 노부부께서 사셨다. 우리가 막 이사왔을 때 그 분들은 며칠 전 동시에 은퇴를 하셨다고 했다. 각각 30년과 25년 정도를 회사 생활을 하셨고 매우 아름다운 집과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계셨다. 은퇴 후 한달은 동유럽 여행을 가셨기 때문에 한 동안 뵐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도 퇴직 보너스로 장만하신 무척이나 고가의 SUV를 타고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셨다. 그 분들의 삶을 보고 나도 살짝 욕심이 더 났을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집에서 추억이 어린 물건들을 꺼내보고, 잔디를 깎으며 정원을 돌보고, 야외의 티테이블에 앉아 와이프와 담소를 나누며 가끔 멋진 캐러밴을 끌고 호주 전역을 여행하는 은퇴 후의 노후를 소원해본다. 그래 가끔은 세 녀석들이 아이들을 주렁주렁 데리고 와서 북적북적한 집을 만들어 주는 것도 참을 수 있으리라.

En


GMP/FNJ 출장 중 찍은 서해 바다


영어와 취업 그리고 아이들 교육 문제는 언제나 이민 생활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이민 오시는 분들은 자격이 많이 까다로워진만큼 사실 웬만큼 교육도 받으셨고 한국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약 2년 전에 호주에 이민을 왔을 때까지만 해도 가슴 한가득 부푼 꿈을 앉고 자신있게 사표를 내던졌더랬죠. 비록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미지의 땅이래도(사실 그 전까지 호주 땅을 밟아본 적도 없었습니다.) 뭐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는 나름 의기충천한 마음을 가지고 호주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서너달도 지나지 않아 취업과 영어라는 벽을 절감하게 되었죠. 기본적으로 먹고 살고 어디 전화하는데는 편한 정도는 아니어도 문제없이 대화할 수준은 되었는데 취업의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 그래도 당장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니 힘든 일이라도 안할 수는 없었죠.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고 7개월 여만에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에 취직을 한 것으로 영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직업 특성상 수다(?)와 전화, 무전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은 말(?)을 해야 하는 업무라 회사 들어가서도 처음 몇달은 꿀먹은 벙어리요, 전화기가 울리기만 하면 어떻게든 안 받으려고 딴 일 하는척 하고 전화 전담하는 자리에 배치되면 그 전날은 잠이 안 왔습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나니 지금은 많이 편해졌습니다. 동료들과 수다도 즐겁고 전화도 더 이상 떨리지는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Informal한 동료들과의 대화는 못 알아 들을때가 많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인 셈이죠. 평생을 안고 가야할 숙제구요.

영어에 대한 생각은 그렇습니다. 해당 직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모두 다릅니다. 다만 제가 철썩같이 믿는 것은 1) 호주와서 영어 공부하겠다, 2) 직장에 들어가면 늘 것이다라는 생각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호주에서 일상 생활을 어려움없이 할 정도의 영어 실력이 아니면 어느 분 표현마따나 "섬"을 만들어서 살게됩니다. 또 한국사람하고만 뭉쳐 살아야 하고요, 그러면 결국 한국말만 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드시 생활 영어이상, 호주에서 직업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영어는 미리 만들어 오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한데, 영어는 결국 취업과 연결되므로 영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취업이 해결되지 않고 이는 곧 가정의 평화가 깨지고 신경이 곤두서며 결국은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연결이 되겠죠.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가지지 못하면 저임금과 힘든 일을 각오하셔야 하는데 본인의 마음이 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호주는 확실히 직업에 대한 평가는 적은 것 같습니다. 연봉 구조로 보나 굳이 블루칼라, 화이트칼라가 구분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건 그 사회에 낄 수 있느냐는거죠. 블루칼라라도 호주 사회에 낄 수 있다면 매우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말도 안되는 임금과 근무 조건에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 있다면 그래도 행복한 호주 생활을 이어가시겠지만 한국에서의 직업과 지위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면 역이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호주에는 현실적인 벽이 많습니다. 영어에 대한 벽, 인종에 대한 벽(알게 모르게 가끔 느끼게 됩니다.), 한국 사람에 대한 벽... 그런 벽을 매일 느끼면서도 살아남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행복에의 관점이겠죠. 내가 한국에서 살면 당하지 않아도 되는 어려움을 매일 당하고 살면서도 내 행복의 기준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으므로 극복 가능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벽을 두르고 섬에 사는지 모릅니다. 그 부분은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도 없는 동네에 한국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주말에 교회와 시장만 가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렇지만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가족과 있는 것이 좋더라구요. 쉬는 날에 잔디깎고 가지치고, 집 근처 공원이나 해변에 가고 그런 것이 제 삶의 목표였으니까요. 아이들도 한국 아이 한명도 없는 학교에서도 즐겁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제 삶이 좋다고는 말씀 못드리지만 적어도 남과 비교하거나 거기에서 상처 받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그렇게 살다보면 더 많은 한국 분들이 널리 퍼져서 제 근처에도 하나둘 이웃이 늘어나겠죠.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이민을 준비하시는 분들 일생의 가장 큰 모험과 결단인만큼 영어는 반드시 잘 준비해 오시라는 겁니다. 호주 생활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게 될테니까요.


뿌하짜짜님 블로그의 글입니다. 꼭 한번 생각해볼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잘 쓰신 글이네요.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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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얼마를 투자해 왔습니까?
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고3 학생을 둔 부모는 허리가 휘어진다고 했었습니다. 과외비용이 엄청났죠. 수퍼에서 3일치 장보는데 2만원 정도 들던 시절이었는데 단과학원비가 12만원정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자녀를 낳는 순간부터 교육비로 허리가 휘어집니다. 네살배기들은 영어유치원으로, 초등학교때는 수학/영어학원이다, 또 부가적으로 피아노, 태권도 등을 배우기도 합니다. 좋다는 학원 다니려면 과목당 월 20만원 이상은 생각해야 합니다. 이 금액은 중/고교로 올라가며 더욱 올라가게 되는데, 개인과외, 특목고입시등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 각종 언론에서 제시하는 평균 수강금액을 훌쩍 뛰어넘곤 합니다. 그리고 대학교/대학원을 진학하게 되면 연간 천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내며 2~10년을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또다른 복병이 도사리고 있으니 바로 유학입니다. 미국 대학진학을 위해서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를 준비하는 경우 월 학원비 백만원은 우습게 넘어갑니다. SAT를 마치고 유학을 가게 되면 나에게 맞는 대학 컨설팅부터 학교 등록금, 그리고 현지 생활비까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모인 미국내 한국 유학생이 11만명이 넘습니다. 한 해의 한국 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이 65만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외국에 체류중인 것입니다. 학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 한명이 장성할때까지 쏟아붓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모 SAT학원의 수강료. 쓰기와 읽기 수업만 받아도 한달에 90여만원을 낸다.
유학생은 얼마를 투자받았을까
한국에서 200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유학을 갔다와 모 대기업에 취직한 C씨의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주산학원과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학교 육성회비와 월 수강료등으로 16만원. 중학교에서 수학과 영어학원을 다니며 32만원의 수강료.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시험대비 단과학원과 수학과외 등으로 월 130만원. 한국의 대학에서는 연간 610만원의 등록금과 1년간 월 12만원의 영어학원비를 냈으며, 미국 유학 준비과정에서 유학원과 어학원을 다니며 시험 응시료, 원서비 등을 포함 약 400만원, 미국 대학 입학 후 수업료 포함 연간 7천만원의 돈을 쓰고 3년간 대학을 다닌 뒤, 한국의 모 대기업에 취직. 월 300만원 정도를 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대기업이 아닌, 미국에 정착해 한국에 비해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해 주세요.)

결론적으로, C씨 한명의 대기업 취직을 위해 무려 2억 9천만원의 돈이 들어갔습니다.
의류구입비, 식비를 비롯한 기초생활비, 교육에 필요한 참고서 구입비 등을 모두 제하고 계산해도 저정도입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현재의 초등학생들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이 20대 후반까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을까
위에서 언급한 C씨의 경우, 월 300여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월지출을 빼고 100만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3억원의 손실을 메꾸려면, 승진과 재테크로 인한 득실, 병원비 등의 각종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20년 이상을 일해야만 자신에게 부모가 지출했던 돈만큼을 벌 수 있게 됩니다. 그사이에 우리는 내집마련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하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또 같은 수준의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유학을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1억여원의 투자금이 발생한 상황이고, 그동안 부모님께서 투자한 돈을 메꾸는데 10년은 족히 걸릴 것입니다. 무언가 속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시는지요? 차라리 학교를 가지 않고, 어른이 되었을 때, 그동안 투자받지 않고 아껴둔 돈으로 시골에 땅을 사서 농사를 짓고 펜션 등을 운영하며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편이 백배 나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잡기’식의 사교육. 과연 타당한 것인가?
자녀를 낳고 가장 많이 얻게 되는 정보 루트는 인터넷과 동네의 또래 아줌마들입니다.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우리는 일단 ‘위기의식’부터 주입받습니다. “요즘은 영어를 일찍시작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도 늦는다.”며 4살짜리 아이에게 Amy니 David니 하는 영어 이름부터 지어주고, 한달 100만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에 보냅니다. 제가 어렸던 시절에야 텔레비전과 아파트 뒤 공터가 놀이의 전부였지만, 요즘은 인터넷 속 게임과 각종 웹사이트가 별천지처럼 차려져 아이들을 유혹합니다. 그럼에도 학교가 끝나면 학원이다 뭐다 하며 정작 아이 본인은 관심없어하는 것들에 가두어집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욕으로 풉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욕하는 것 보면 정말 기가 찰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고, 자녀가 온라인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교육비와 치솟는 물가 때문에 맞벌이하느라 그런 것까지 돌볼 체력적 여유가 되지 않는 것이죠. 아이의 유창한 영어 인사말보다는 욕 한마디 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텐데말이죠.

위기감에 낚이는 우리의 삶
그렇다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왜 우리는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할까요? 자녀에게 20여년간 1억 혹은 그 이상의 돈을 투자해 대기업 들어가도 또 그들의 자녀를 위해 허리가 휘어지는 삶을 살게 될 것임에도, 마치 그것이 최선의 길인양 또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걸까요? 혹시 우리는 교육업자들에게 현혹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좋은 회사에 취직해야한다 -> 그러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 영어실력과 수능 성적이 좋아야 한다 -> 영어학원과 수능전문학원을 보낸다 -> 일찍부터 영어,수학을 준비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뒤쳐지면 안된다 -> 초등학교때부터 영어와 수학을 배운다 -> 요즘은 누구나 초등학교때부터 수학과 영어를 배운다 ->유아기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결국 우리는 ‘학원을 다녀야 나중에 중산층정도는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그렇게 맞추어진 시스템 속에서 끊임없이 각종 교육기관에 엄청난 돈을 보험료 납부하듯 지불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일까요? 자녀를 위해 적게는 20대 중반, 많게는 30대 후반까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서 고작 초봉 실수령액이 월 200~300만원 정도인 대기업 월급쟁이를 만들고 나서 안심하는 기묘한 시스템. 외국도 이렇게 하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자녀들은 감사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투자를 받은 자녀들이 그 시간들을 즐기고 감사하며 유년시절을 보내는가 입니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영어유치원에 등원하며 대학 입시때까지 반강제적인 교육으로 20년을 넘게 보내고 있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 시간들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유일하게 학원을 2시간 이상 다녔었던 고등학교 3년간만 생각해도 저는 몸서리쳐지게 싫은데 말이죠. 아무 걱정없이 학교 다녀와서 매일같이 친구들과 공터에서 놀다가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창너머로 부르시는 시절의 기억이 없는 어린이들. 뭔가 불쌍합니다.

이런 궁금증 속에서 기성 교육 시스템을 포기하고 창조적인 학습. 대안교육을 찾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대안 교육에 대해서 미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참고문헌
1. 한국일보 :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611/h2006111920255881030.htm 2. 입시백과사전 : http://school78.tistory.com/187
3. 프린스턴리뷰 어학원 : http://www.tpr.co.kr/
인터뷰에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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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이제 다음 주면 꼭 호주에 온지 일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간이 무척이나 빠르게 흐릅니다.

우리 가족은 참으로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큰 아들이 채 1년도 되기 전 약 7개월의 나이에도 우리 부부는 여행가고자 하는 욕구를 참지 못해 그 어린 것을 데리고 싱가폴로 여행을 떠났으니까요.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었구요. 덕분에 이제 7살과 5살인 아이들은 여권에 꽤 많은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민까지 오게 되면서 여권을 세번이나 바꾸었네요. 제가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것이 중학교 때였으니 불과 한 세대만에 참 많은 것이 바뀐 셈입니다.

어쨌든 우리 가족은 (많이 다니신 가족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여행을 무척 좋아하고 자주 다녔습니다. 항공사에 다녔던 덕분에 오히려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은 이민을 결정했을 때에도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냥 뭐 여행 한번 떠나자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엔 너무 많은 나라와 너무 많은 살고싶은 도시들이 있는데 일년에 한 곳씩 살아본다고 해도 평생을 못 살아볼 나라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 제 '주의'였다고나 할까요.

저는 결혼 이후 줄곧 이민 생각을 품고 살았지만 일년에 보름이나 한달이랄까 열병을 앓고나서 정신을 차리고 직장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뭐에 홀렸는지 2009년의 열병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우리 가족의 운명이 그리될려고 했는지 2009년 이민 열병이 끝나갈 때쯤 저는 아무 생각없이 호주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동료가 치는 IELTS 시험을 같이 공부하게 되었고 주말에 서너번 공부한 후 시험에 붙었습니다. 원래 영어를 좋아하고 특히 시험식 영어에 나름 단련(?)된터라 쉽게 점수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민 겸 대학원 진학 겸용으로 사용하려고(사실 돈이 아까워서) 아카데믹을 본터라 호주 유명 대학원 3곳에서 입학 Admission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잘 되려고 했는지 마침 이민 신청 시 정확히 근무 경력도 한달 차이도 없이 맞추어졌고 영어 점수도 갖춰졌고, 기술심사도 한달만에 끝이 났습니다. 이민 신청을 한 바로 다음날 이민법이 바뀌어 4순위에서 일약 2순위로 도약(?)합니다. 그리고는 1년여를 예상했던 기간이 불과 3달로 단축되었고 3개월 후 바로 영주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한두달 후 다시 이민법은 닫혀 버렸죠. 마치 모든 것이 퍼즐조각을 꿰멘 것처럼 손쉽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30여년을 살아온 터전을 버리기 싫었고, 그 사회에서 자라며 알게 모르게 터득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공감대를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살러 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렵고 떨리는 결정이었습니다. 저 역시 제가 쌓아온 삶의 기록(문화 배경, 언어, 학력, 직업 경력, 직위, 인정 등)을 버리기는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솔직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만 그 당시는 정말로 저만의 의지 100%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뭐에 홀린 듯 그리고, 잘 꿰맞춰진 퍼즐 조각이 그랬던 것처럼, 그 무언가가 저를 밀어내 버렸던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이제 우리 가족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이민 1년을 맞았습니다. 저는 새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리 아들 딸내미는 학교에서 무척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영어도 빠르게 늘고 있구요. 한글도 잊지 않으려고 한글 책도 저녁마다 보고 있습니다.




태양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이곳 브리즈번을 무척 사랑합니다. 이 온화한 곳에서 우리 가족은 하루 하루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차곡차곡 지나올 세월들이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가겠죠.

가족의 행복과 나 자신을 위해서 이민오고자 했던 그 초심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추억을 가족과 함께 나누어 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