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sa Heads 여행기
기나긴 6일간의 근무를 마치고 4일간 휴일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5일 근무에 5일 휴일이었는데 한명이 데스크 근무로 빠지고 각종 훈련 때문에 이번 달 근무는 무척 변동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2시간 맞교대 근무라 사실 몸이 매우 힘듭니다. 5일차 마지막 근무를 하고 있을 즈음 팀 리더가 갑자기 내일 OT 하나만 맡아줄 수 있냐는 말에 기대(?)반 의무 반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하는 바람에 6일 근무에 4일 휴일이 된 셈이죠. 기대를 하게 된 이유는, 사실 OT는 상당히 솔깃합니다. 물론 돈 때문이죠. 일당의 2배를 주게 되어 있기 때문에 보수가 상당합니다.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여튼 많이 받긴 하지만 세금도 많이 뗍니다.
각설하고, 요즘이 마침 아이들 School Holiday 시즌이라 아이들과 놀러가기가 참 좋습니다. 그래서 금요일 아침 평소 가 보고 싶었던 Noosa Heads를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제가 사는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약 14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브리즈번을 기준으로 북쪽은 Sunshine Coast가 위치하며 남쪽으로는 비슷한 거리에 Gold Coast가 위치합니다. 골코가 워낙 널리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선샤인코스트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런 말이 있더군요, 호주 사람들이 브리즈번에 오면 선샤인코스트를 가고 외국인이 브리즈번에 오면 골코를 간다고요. 실제 방문해 보니 어느 정도 일리있는 말 같습니다. 아무래도 선샤인코스트는 은퇴촌 비스무리해서 외국인들이 아무래도 훨씬 적은 동네입니다.
지도를 보시면 위 아래 대칭으로 두 Coast가 보입니다. ^^;;
누사헤드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해변이 되겠습니다. 파도는 적당히 높다고 할까요. 수영이랑 서핑의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여기는 누사헤드의 북쪽입니다. 누사리버랑 붙어 있는 곳인데 생각보다 물쌀이 무척 셌습니다. 건너편이 아름다워 보였는데 건너갈 방법은 배를 빌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더라구요.
모레가 정말이지 너무나 곱습니다. 모레성 쌓기에는 최고의 모레입니다.
역시 제게는 가장 아름다운 모델! 우리 딸내미죠.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누사 비치입니다. 여기는 북쪽 거의 끝이죠. 누사 리버쪽.
호주는 워낙 땅이 넓은 곳이다보니 대도시 근처라도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물론 겨울이긴 하지만 수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호주는 참 햇볕이 많은 나라인데도 사람들은 일광욕을 무척 좋아합니다.
우리 가족은 참으로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큰 아들이 채 1년도 되기 전 약 7개월의 나이에도 우리 부부는 여행가고자 하는 욕구를 참지 못해 그 어린 것을 데리고 싱가폴로 여행을 떠났으니까요.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었구요. 덕분에 이제 7살과 5살인 아이들은 여권에 꽤 많은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민까지 오게 되면서 여권을 세번이나 바꾸었네요. 제가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것이 중학교 때였으니 불과 한 세대만에 참 많은 것이 바뀐 셈입니다.
어쨌든 우리 가족은 (많이 다니신 가족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여행을 무척 좋아하고 자주 다녔습니다. 항공사에 다녔던 덕분에 오히려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은 이민을 결정했을 때에도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냥 뭐 여행 한번 떠나자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엔 너무 많은 나라와 너무 많은 살고싶은 도시들이 있는데 일년에 한 곳씩 살아본다고 해도 평생을 못 살아볼 나라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 제 '주의'였다고나 할까요.
저는 결혼 이후 줄곧 이민 생각을 품고 살았지만 일년에 보름이나 한달이랄까 열병을 앓고나서 정신을 차리고 직장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뭐에 홀렸는지 2009년의 열병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우리 가족의 운명이 그리될려고 했는지 2009년 이민 열병이 끝나갈 때쯤 저는 아무 생각없이 호주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동료가 치는 IELTS 시험을 같이 공부하게 되었고 주말에 서너번 공부한 후 시험에 붙었습니다. 원래 영어를 좋아하고 특히 시험식 영어에 나름 단련(?)된터라 쉽게 점수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민 겸 대학원 진학 겸용으로 사용하려고(사실 돈이 아까워서) 아카데믹을 본터라 호주 유명 대학원 3곳에서 입학 Admission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잘 되려고 했는지 마침 이민 신청 시 정확히 근무 경력도 한달 차이도 없이 맞추어졌고 영어 점수도 갖춰졌고, 기술심사도 한달만에 끝이 났습니다. 이민 신청을 한 바로 다음날 이민법이 바뀌어 4순위에서 일약 2순위로 도약(?)합니다. 그리고는 1년여를 예상했던 기간이 불과 3달로 단축되었고 3개월 후 바로 영주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한두달 후 다시 이민법은 닫혀 버렸죠. 마치 모든 것이 퍼즐조각을 꿰멘 것처럼 손쉽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30여년을 살아온 터전을 버리기 싫었고, 그 사회에서 자라며 알게 모르게 터득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공감대를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살러 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렵고 떨리는 결정이었습니다. 저 역시 제가 쌓아온 삶의 기록(문화 배경, 언어, 학력, 직업 경력, 직위, 인정 등)을 버리기는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솔직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만 그 당시는 정말로 저만의 의지 100%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뭐에 홀린 듯 그리고, 잘 꿰맞춰진 퍼즐 조각이 그랬던 것처럼, 그 무언가가 저를 밀어내 버렸던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이제 우리 가족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이민 1년을 맞았습니다. 저는 새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리 아들 딸내미는 학교에서 무척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영어도 빠르게 늘고 있구요. 한글도 잊지 않으려고 한글 책도 저녁마다 보고 있습니다.
태양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이곳 브리즈번을 무척 사랑합니다. 이 온화한 곳에서 우리 가족은 하루 하루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차곡차곡 지나올 세월들이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가겠죠.
가족의 행복과 나 자신을 위해서 이민오고자 했던 그 초심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추억을 가족과 함께 나누어 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행복하세요.
브리즈번은 한국의 여느 도시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고 한가로운 도시다. 시드니 멜번에 이어 세번째로 큰 도시지만 시내 구경이랄 것까지도 없다. 반나절만 걸어다녀도 웬만한건 다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한국에 비해 훨씬 자동차나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다. 호주가 한국보다 77배나 면적이 크면서도 22백만 정도의 인구 밖에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차이일테다. 직장 동료에게 들으니 NT(Northern Territory)주의 한 Cattle Station(목장)의 경우 유럽의 웬만한 나라보다 크다고 하니 규모가 가히 짐작이 된다.
살기 좋은 나라를 꼽을 때 호주는 항상 최상위에 속한다. 무엇이 호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인구와 나라 크기였다. 물론 인구밀도가 살기 좋다는 것과 100%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성을 형성하는데 큰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외에도 환경과 복지, 소득과 의료 수준 등 너무나 많은 요소가 존재하므로 매우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처음 느낀 것은 여유였다. 정착하는 단계에서나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도 동료들이나 나에게 가장 큰 덕목은 여유다. 직장에서는 아직도 Newbie라 긴장이 많이 되기도 하지만 한국적인 직장 문화에 익숙하게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꼼꼼히 할라치면 반드시 듣는 소리가 Sit back and relax, this is Austrlia.이다. 직장엔 청바지와 티셔츠로 출근하고 쉬는 시간엔 노래를 듣든 독서를 하든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자기 삶을 즐기는 여유를 가진 덕이다.
나는 두 나라에 살아보 며 가장 큰 차이를 여유의 차이에서 느꼈다. 이 여유의 차이는 경쟁과 인구밀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인구의 10%도 대학에 가지 않는 호주에서 경쟁은 크게 필요치 않아 보인다. 유치원이나 고등학생이나 학교 수업시간이 똑같은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경쟁은 다닥다닥 붙은 거주 공간에서도 발생하고 공부에서도 발생한다. 도로위에서나 버스 안에서, 학교 교실 안에서, 심지어 쉬고 싶어 찾아간 해변에서도 발생한다. 공간적인 답답함이 사람 마음을 피폐하고 짜증나게 만들며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자본과 공간을 차지하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민족성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호주는 운전하기 편한 나라다. 물론 경적 울려대고 가운데 손가락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호주에서도 러쉬아워에는 혼잡이 생긴다. 그런데 재밌는 차이가 있다. 절대 다수는 옆 차선이 비어있어도 자기가 회전해야 하는 방향의 차선에 수백미터라도 줄을 선다. 교통 신호는 말할 것도 없다. 근무 특성상 몇달 새벽에 출퇴근하면서 아직까지 단 한명의 위반자도 보지 못했다. 차량 한대 보행자 한명도 없는 도로에서조차. 물론 교차로에서 꼬리잡는 운전자도 없다.
한국의 수배 심지어 수십배가 넘는 벌금때문에 잘 지키는 것일까? 그렇게 본다면 신호 지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줄 서고 앰블런스에 절대적으로 양보하고 교차로 꼬리 잡지 않는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 행위에 벌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잘 모른다).
내 생각엔 벌금의 효과도 크고 태생적으로 여유롭게 자란 환경 가운데 체득된 여유와 배려가 영향을 고르게 준 것으로 생각된다.
가지고 있는 제도와 환경, 문화와 역사가 다른만큼 절대적인 비교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Mt. Tamborine 여행기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리다. 올라가기 전에는 까짓거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다리에 올라서니 오금이 저려왔다. 높이로 따지자면 지상에서 수백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군대에서 그 떨린다는 헬기레펠도 잘 하던 내가 이젠 늙었나보다. 얼마나 다리가 떨리던지.. 그런데 정작 아이들과 부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다.
입장 요금은 어른이 $9.50이며, 6세 이상 어린이는 조금 더 쌌고 4인 가족(2인 어른, 2인 아이)의 경우 합산 요금에서 조금 더 할인을 해 주었다.
Skywalk를 포함해서 약 40분 정도의 Tracking 코스가 있다. 아침부터 서너차례 Shower가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트래킹 코스에는 정말 여러 가족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엄청난 장신(?)의 나무들이 즐비하여 아무리 화창한 날이라도 빛이 새어들어올 틈이 많이 안 보일 정도로 나무들의 높이는 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