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은 한국의 여느 도시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고 한가로운 도시다. 시드니 멜번에 이어 세번째로 큰 도시지만 시내 구경이랄 것까지도 없다. 반나절만 걸어다녀도 웬만한건 다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한국에 비해 훨씬 자동차나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다. 호주가 한국보다 77배나 면적이 크면서도 22백만 정도의 인구 밖에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차이일테다. 직장 동료에게 들으니 NT(Northern Territory)주의 한 Cattle Station(목장)의 경우 유럽의 웬만한 나라보다 크다고 하니 규모가 가히 짐작이 된다.
살기 좋은 나라를 꼽을 때 호주는 항상 최상위에 속한다. 무엇이 호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인구와 나라 크기였다. 물론 인구밀도가 살기 좋다는 것과 100%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성을 형성하는데 큰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외에도 환경과 복지, 소득과 의료 수준 등 너무나 많은 요소가 존재하므로 매우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처음 느낀 것은 여유였다. 정착하는 단계에서나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도 동료들이나 나에게 가장 큰 덕목은 여유다. 직장에서는 아직도 Newbie라 긴장이 많이 되기도 하지만 한국적인 직장 문화에 익숙하게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꼼꼼히 할라치면 반드시 듣는 소리가 Sit back and relax, this is Austrlia.이다. 직장엔 청바지와 티셔츠로 출근하고 쉬는 시간엔 노래를 듣든 독서를 하든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자기 삶을 즐기는 여유를 가진 덕이다.
나는 두 나라에 살아보 며 가장 큰 차이를 여유의 차이에서 느꼈다. 이 여유의 차이는 경쟁과 인구밀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인구의 10%도 대학에 가지 않는 호주에서 경쟁은 크게 필요치 않아 보인다. 유치원이나 고등학생이나 학교 수업시간이 똑같은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경쟁은 다닥다닥 붙은 거주 공간에서도 발생하고 공부에서도 발생한다. 도로위에서나 버스 안에서, 학교 교실 안에서, 심지어 쉬고 싶어 찾아간 해변에서도 발생한다. 공간적인 답답함이 사람 마음을 피폐하고 짜증나게 만들며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자본과 공간을 차지하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민족성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호주는 운전하기 편한 나라다. 물론 경적 울려대고 가운데 손가락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호주에서도 러쉬아워에는 혼잡이 생긴다. 그런데 재밌는 차이가 있다. 절대 다수는 옆 차선이 비어있어도 자기가 회전해야 하는 방향의 차선에 수백미터라도 줄을 선다. 교통 신호는 말할 것도 없다. 근무 특성상 몇달 새벽에 출퇴근하면서 아직까지 단 한명의 위반자도 보지 못했다. 차량 한대 보행자 한명도 없는 도로에서조차. 물론 교차로에서 꼬리잡는 운전자도 없다.
한국의 수배 심지어 수십배가 넘는 벌금때문에 잘 지키는 것일까? 그렇게 본다면 신호 지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줄 서고 앰블런스에 절대적으로 양보하고 교차로 꼬리 잡지 않는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 행위에 벌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잘 모른다).
내 생각엔 벌금의 효과도 크고 태생적으로 여유롭게 자란 환경 가운데 체득된 여유와 배려가 영향을 고르게 준 것으로 생각된다.
가지고 있는 제도와 환경, 문화와 역사가 다른만큼 절대적인 비교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