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rset Trail, Mt Mee
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브리즈번에는 딱히 산이라 부를 만한 곳은 별로 없다. 기껏해봐야 이삼백미터 되는 산이 대부분이고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고 난이도도 거의 없는 편이다. 더군다나 이 산들도 집에서 대략 한 시간은 차를 몰고 가야 한다.
사실 쉬는 날이라도 아이들 등하교에, 거의 매일 잡혀 있는 아이들의 과외 활동과 각종 일정들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두 살도 안된 막내 녀석은 늘 우리 가족을 바쁘게 한다. 그래서 혼자 골프를 가거나 등산을 가는 것은 늘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어쨌든 근래 혼자 생각도 정리할 겸, 머리도 식힐 겸 나의 사랑 구글 지도를 뒤적였다. 브리즈번 북서쪽으로 길게 늘어선 국립공원이 바로 D'Aguilar National Park이다. 이 국립공원은 크게 남쪽과 북쪽 지역으로 나뉘는데 남쪽은 바로 Wivenhoe Dam이나 Somerset으로 넘어가는 Mt Nebo나 Mt Glorious 지역을 포함한다. 이 지역들은 고도가 낮고 북쪽에 비해 험하지 않다. 몇 개의 트레일이 있으나 모두 길이가 1-2킬로에 불과해 시내에서 가깝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반면 북쪽 지역은 Mt Mee를 포함하며 높이도 오백미터 정도로 높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타운인 Dayboro에서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시고, 본격적으로 경사가 꽤 높은 도로를 약 30여분 달리면 왼쪽으로 국립공원 표지판이 나타난다.
사실 이곳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보니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한 두명 또는 한 단명도 마주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여유를 만끽하고 생각을 정리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위 사진의 장소는 트레일의 입구에 위치한 The Gantry다. 초기 유럽 이주민들이 산에서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톱이다. 현재는 아쉽게도 톱은 볼 수 없으나 톱이 달려 있던 도르래는 원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의 목재가 초기 브리즈번의 건축물을 짓는데 쓰였다고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시내에 위치한 St Stephen Cathedral이다.
트랙은 약 13킬로의 타원형 모양이다. 그래서 오고 가는 부분에 겹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아래 사진은 절반을 지날 때 나타나는 Lake Somerset Lookout이다. 이곳에서 가져온 점심을 먹고 절벽 위에 앉아 호수를 바라 보면 가슴이 후련해 진다.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절경이 펼쳐지지만 아쉽게도 나의 사진 실력도 좋지 못할 뿐더러 날씨도 비가 오락가락하여 쨍한 사진을 못 얻었다.
오는 길에 앉아서 물 한모금 마시기 적당한 사이즈의 나무 의자도 만나 잠시 여유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