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IDOKI의 호주 이야기






안녕하세요. 방치 블로그라 가끔 생각나면 한번씩 포스팅하게 됩니다. 이 게으름이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제가 살고있는 이 브리즈번은 지금 한창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 집 안의 온도는 무려 31도입니다. 집 안에서 가만 있자면 그리 참기 어려운 온도는 아니지만 시장을 보러 가거나 아이들을 픽업하러 나가면 에어컨없이는 이 찜통 더위가 무척이나 짜증나는 하루입니다. 


오늘은 호주의 신용카드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호주의 신용카드는 사실 한국의 그것과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저도 올바르게 시스템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호주의 신용카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1. 할부가 없다.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애용해 마지않던 할부가 없습니다. 무이자 할부뿐 아니라 아예 할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카드를 내밀면 Credit이냐 Saving이냐라고만 묻고서 할부를 입력할 수도, 묻지도 않습니다. 아래는 EFTPOS라는 기계인데 이곳에 카드를 넣거나 마그네틱을 긁으면 CHQ, SAV, CR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핀번호 또는 사인을 하면 끝입니다.


* Debit 카드와 신용카드의 차이

Debit 카드는 SAV이나 CHQ(은행에 따라 SAV 대신 CHQ를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음)을 누르고 크레딧카드인 경우는 CR을 누르면 됩니다. Debit 카드의 경우는 사실 SAV, CHQ 뿐만 아니라 CR을 누를 수도 있지만, 이 두 가지의 차이는,

1) SAV 또는 CHQ는 바로 결제 순간 통장에서 잔고가 빠져나갑니다. Balance와 Available Fund에 동시에 영향을 줍니다. 

2) CR을 누르면 Credit Card Provider, 즉 비자나 마스터사를 경유해서 결제가 되게 되며 Available Fund에서는 바로 빠져나가지만 Balance에서는 빠져나가지 않고 일반 신용카드처럼 며칠이 걸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본인의 유효 잔고는 줄어들게 됩니다. 


CR을 이용하면 좋은 점은 신용카드처럼 Fraud detection system의 감시를 받고 분실 시 신용카드처럼 보상 등의 측면에서 조금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크레딧이므로 점주에게 SAV보다 더 많은 수수료가 부과되거나, 수수료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곳이라면 수수료를 부담하셔야 합니다. ALDI가 그 중 하나가 되겠죠.





2. 신용카드와 현금의 차별을 둘 수 있다.

한국은 세수 확보 차원에서 크레딧카드를 권장하다보니 현금가와 카드가를 다르게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호주에서는 점주가 크레딧카드 사용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비자나 마스터는 보통 1~1.5%, 다이너스와 아멕스는 2% 이상)를 징수할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영세점포 말고도 전기, 인터넷 등 대형 사업자들조차 크레딧카드에 별도의 수수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신용카드의 혜택이 없다.

없다고 하면 조금 잔인하지만 사실 '없다'가 맞습니다. 대부분의 크레딧카드는 한국처럼 현장 할인, 청구할인, 인터넷/통신 요금 자동이체 할인, 무이자 할부, 5대 마트 할인 등 그런 혜택이 전혀 없습니다. 그나마 몇 개의 제휴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이라곤, 버진, 콴타스 등의 마일리지 적립과 Flybuy, Everyday rewards 정도 밖에 없습니다. 또한, 비자나 마스터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서비스인 해외여행자보험, 라운지 이용 등 혜택은 해당 카드를 소지하면 이용 가능합니다.


아래는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NAB Qantas Gold Card입니다. 가끔 이렇게 두 개의 카드를 주는 상품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레딧카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업소(주로 대형 업소들)에서는 포인트를 많이 주는 아멕스를 사용하고, 크레딧카드 수수료를 부과하는 곳에서는 수수료가 적은 마스터를 이용합니다.


4. 기본 결제 방법은 리볼빙이다.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셨던 적이 있으시면 리볼빙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리볼빙이란 최소청구금액(Minimum Payment) 이상만 갚으면, 결제 금액을 모두 갚지 않아도 남은 밸런스가 다음달로 이전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신용카드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므로 이 이전된 밸런스에 대해 높은 이자율(보통 15%~25%)을 적용합니다. 

호주의 신용카드도 이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 가장 마지막 스테이트먼트를 첨부합니다.




카드 번호는 안보이죠? 휴~~~

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박스가 처져있는 closing Balance와 Due date, 그리고 Minimum payment입니다. Minimum payment는 말 그대로 무조건 갚아야 하는 최소 금액입니다. 저 이상으로만 갚으면 상관이 없습니다만~~~~ 이건 카드사가 하는 소리고,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1) 저 Minimum payment(통상 카드 한도의 1%)만 계속 갚으면 28년이 걸립니다. 허걱~~ 

2) 카드 한도가 정해져 있으므로(위의 경우, 만불) 100불만 갚아버린다면 다음달 Due Date가 돌아오기 전 카드 한도가 다 차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3) Closing Balance에서 단 1불이라도 모자라면 엄청난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이자가 청구되는 방식은 아래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5. 할부가 없으면 이자는 어떻게?

위 금액대로 4천불의 Closing Balance를 받게 된다면 할부가 없으므로 위 금액을 다 갚아야 합니다. 다 갚으면 어떤 이자도 물지 않습니다. 만약 Minimum payment와 Closing balance 사이의 금액을 갚게 된다면 갚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이자가 발생하게 되고 다음 Statement date까지 계속해서 갚으면 갚은 만큼 이자 발생이 감소하게 됩니다.

호주는 기본적으로 홈론이든 크레딧카드든 하루 단위로 이자를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4,000불의 빚지고 있고 신용카드의 연이율이 12%라면 $4,000*0.12/365로 계산이 되겠죠. 만약 오늘 1,000불을 갚으면 내일은 $3,000*0.12/365 이런 식입니다. 그럼 언제부터 이자를 계산하기 시작할까요? 바로 여기에 제가 착각했던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호주도 역시 이런 불리한 부분은 Terms and conditions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 놓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첨부해 드리겠습니다.




주의해 보실 부분은 The aggregated balance is calculated ~ 이 문장입니다. 보시면 하루하루의 이자를 실제 구매가 일어난 일자부터 Repaid in full이 되는 날짜까지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11월 2일에 생성된 Statement의 Closing balance가 11월 16일까지 $4,029인데, 11월 16일까지 $4,010불만 갚았다고 치면 이 Statement에 Itemised된 내역들, 즉, 10월 4일부터 11월 2일 사이에 구매한 건들에 대해 구매한 날로부터 하루하루 이자를 소급해서 내게 됩니다. Statement 날짜인 11월 2일부터 소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생각보다 엄청난 이자를 물게됩니다.


또 한가지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만약 돈이 생겨서 나머지 $19불에 대해 11월 20일날 갚았다고 칩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난 저번달의 Closing balance를 이제 다 갚았으니 오늘부터는 이자를 물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중간에 다 갚았다해도 무조건 다음 Statement 날짜(즉, 12월 2일 부근)까지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마지막 문장입니다. 왜냐하면 11월 2일 이후부터 12월 2일까지는 또다른 Statement period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갚은 금액은 그냥 해당 월에 사용한 금액을 제하는 용도로 밖에 안 생각합니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만, 전달에 사용한 금액을 이번달 초에 Statement를 받고 그 Statement의 Closing balance를 Due date까지 단 한푼이라도 갚지 못하면, 또는 지나서 갚았다면 무조건 다음 Statement 일자까지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럼 중간에 갚은 $4010과 $19불은 뭐냐? 그건 그냥 하루하루의 Balance를 줄여서 이자를 낮추는 효과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호주 사람들은 어떻게 이 이자를 줄일까요? 그게 바로 Balance Transfer라는 방법입니다. Balance Transfer란 B회사의 크레딧카드를 사용해서 A회사의 Closing balance를 갚아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B회사는 A회사의 Due date까지 Closing balance를 갚아주고 상대적으로 무지무지 낮은 연이율로 적용해줍니다. 결국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하나 그걸 크레딧카드 회사에서 합법적이고 낮은 이율로 해준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이상으로 크레딧카드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