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공부와 친하게 지내게 지내면 좋을텐데

hiaaron 2014. 2. 6. 00:12




    백만년에 한번씩 업데이트되는 블로그가 보기 안쓰러워 몇자 끄적이고자 합니다.


    우리집엔 소소하지만 끊임없이 시끌법적한 일상이 지나갑니다. 우리 가족이 호주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가니 제법 연륜이 쌓여간다고 할까요. 그 사년 동안 우리 가족은 방학을 가만히 보낸 적은 별로 없습니다. 호주 국내나 가까운 해외를 여행한다든지, 대개의 경우는 한국을 다녀오곤 했으니까요.


   


    그런 셈치고 지난 연말의 긴긴 방학은 더욱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주말마다 이리저리 쏘다니기는 했지만 가까운 비치나 산을 제외하고는 딱히 기억나는 곳은 없습니다. 대신 이제 5학년에 접어든 아들과 (가끔은 딸내미도) 4주 정도 인근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아이들과 물론 많은 책을 읽긴 했지만 사실 주 목적은 공부였습니다. 하이스쿨이 얼마 남지 않은 큰 녀석을 위해 같이 공부를 하기로 한거죠.


    다행인지는 몰라도 대학생 때 과외와 수학강사를 몇 년 한 탓인지 7학년 수준의 문제까지 공부하는 다원이에게 문제를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돈도 아끼구요.)


    사실 아들에게 공부를 시키면서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작게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이 나도 힘들었고, '크게는' 내가 꼭 이래야 하나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 개인의 만족을 위해 호주를 택한 것도 있지만 보다 크게는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이민을 결심했는데 공부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둘을 모두 해피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을 무척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물론 이 사교육은 공부에 한정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바이올린, 프렌치혼, 수영, 축구, 테니스, 발레를 하고 있으니 제법 많은 부분을 교육에 지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철칙은 싫은 건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것들도 아이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아들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공부를 시킬지, 이 공부가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이었는지, 또 이것이 아들의 삶에 꼭 필요한건지 등등. 그래도 그만둘 순 없었습니다. 더 좋은(또는 비싼) 학교에 보내고 싶고 좋은 환경에서 하이스쿨을 보내게 하고 싶고, 더 나아가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게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겠지요. 꼭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인생이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이 있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이가 서서히 틀어지는 아들과 나를 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갈등이 생깁니다. 머리가 커지는 아들과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공부 때문에 생기는 갈등인지 사실 잘 확신이 서지 않지만 요즘 고민이 깊어집니다.


    나보다 훨씬 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나보다 더 많은 배경 지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세련된 에티켓을 가지고 살 우리 아이들도, 커 가면서 막상 나보다 더 많은 고민을 안고 살지 모릅니다. 그게 이민자로 살아가는 약간의 불편함이겠지요. 그래서 더 부모로서 욕심이 클지도 모르구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