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사는건 힘들어
hiaaron
2011. 4. 5. 18:31
회사 생활이 세달째로 접어드니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호주인의 일상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다. 사실 한국인은 나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그렇지도 않다. 내가 속한 부서는 워낙 다국적(?) 인원이 많으니 회사 내에서도 UN으로 불린다. 그래봐야 동양인이라곤 나를 제외하고는 대만계 호주인 1명과 홍콩인 1명 뿐이다.
어쨌든 같이 근무를 하다보니 이 얘기 저 얘기를 많이 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전화 통화를 옅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네들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쉽게 사는 사람은 없다.
음... 사실 호주는 한국보다 훨씬 물가도 비싸고 거의 공산주의(?)에 가까운 소득 분배가 이루어지는 국가다. 내야 하는 세금도 엄청나지만 반대로 그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소득이 적은 사람 정도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아왔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이 있어서.. 만약 내가 실업을 하게 된다면 렌트비 낼 정도의 돈(대략 2주에 500불 수준) 정도는 실업수당으로 나오고 아이들 수당은 별개다. 장애인이나 미망인, 이혼을 했다면 추가로 더 받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거기다가 학교 다니면 상당한 금액을 보조금으로 받는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당장 실업자가 된다고 해도 사실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 사보험을 유지할 정도나 여행을 할 정도로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을 정도의 돈은 나온다. 오죽하면 대학교 이상을 다닐 때 수당 받는 년도를 7년인가로 제한할 정도다.
반대로 생각하면 월급쟁이들은 이러한 사회를 지탱하려고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버는 부분은 상당 부분 세금으로 나가지만 나머지를 가지고 정부에서 주는 혜택이 거의 없이 살아야 한다는 소리다. 이렇다보니 그나마 둘이서 벌어야 어느 정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게 현실이다. 내 주위의 동료들을 봐도 월급쟁이로는 많은 것을 누리고서 살지는 못하는 듯 하다. 물론 그렇게 20-30년을 일하고 은퇴를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사회가 노년을 보장해 주는 구조로 되어 있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캠퍼밴을 끌고 몇달 씩 여행을 다니며 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오늘 은행에 가서 상담을 하면서, 그리고 내가 호주인들을 옆에서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래서 이들은 잘 저축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일주일 벌어 렌트비 내거나 이주일 벌어 모기지 내고, 일주일 벌어 차량 비용, 각종 보험료 내고, 일주일 벌어 먹고 사는 식이다. 특히 작은 회사일수록,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주급이나 격주(Fortnightly)로 Wage를 주기 때문에 더욱 돈이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Cheque가 Bounce되거나 Debit Card가 Decline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주일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태가 생기면 매우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저 복잡한 곳이 싫고 덜 치열한 곳에서,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고자 택한 이민의 길이지만 실제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고생을 하면서도 이런 기회나 자연을 좀 더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좀 다르다면 다른 점이겠다.